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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니 이야기



칵테일 하면 곧바로 생각 나는 이미지가 있다.
긴 손잡이에 역삼각형 글라스, 거기에 담긴 투명한 술과 올리브가 담긴 '마티니'이다.
마티니는 정확한 기원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클래식 칵테일이다.
다만 레시피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마르티네스가 마티니의 원형이 아닐까 하는 추측만 할 뿐이다.
역사가 오래 되다 보니 마티니는 여러가지 바리에이션도 많고, 관련한 이야기들도 많이 있다.
마티니에 대한 이야기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가장 완벽한 마티니

일본에서는 '칵테일의 왕'이라고도 불리는 마티니는 역설적으로 맛없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처음 바에 간 손님이 마티니를 주문하면 바텐더가 말리며 다른 칵테일을 추천하기도 한다.
이는 마티니에 들어가는 재료가 진과 베르무트 두 가지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대하는 달거나 상큼한 맛의 칵테일이 아닌 드라이한 칵테일이기 때문에 처음 마티니를 마시는 사람들이 실망하고는 한다.
마티니가 맛 없다고 생각 하는 것은 동서고금 같은지 가장 완벽한 마티니 레시피에 대한 농담이 있다.
    가장 완벽한 마티니 레시피.

    1. 진과 베르무트, 올리브를 원래 자리인 쓰레기통에 던져 넣는다.
    2. 위스키를 따라 마신다.

가장 드라이한 마티니

마티니는 두 가지 재료를 사용하므로 재료의 비율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진의 비율을 높일수록 드라이 해지고, 베르무트의 비율을 높일수록 부드러워진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진과 베르무트의 비율이 15:1 정도로 아주 드라이한 마티니를 즐겼다고 한다.
가장 드라이한 마티니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논의는 아주 좋은 유머 소재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섬이라는 맨해튼의 어느 바에서 외국인 기자 몇 명과 어울렸을 때의 일이다. 
    어떻게 하면 가장 드라이한 마티니를 만들 수 있겠느냐는 것이 화제에 올랐다. 한 친구가 입을 열었다.

 "옛날 만년필에 잉크를 넣었던 스포이트 생각나나?"

 "그 스포이트로 베르무트 한 방울을 떨어뜨리니까 마티니 맛이 되더군."

 "그것보다는 주사기가 낫지. 가장 가느다란 바늘인 25호 정도면 베르무트 방울을 훨씬 작게 만들 수 있지."

또 한 친구의 이 비법에 다른 친구가 이의를 제기했다. 

 "아내가 향수 뿌리는 분무기 알지? 그걸 빌리는 거야."

이번에는 듣고만 있던 바텐더가 한마디 거들었다.

라스베이거스의 어떤 바에 가면 원자(原子) 마티니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원자폭탄 과학자 중에 마티니 애호가가 있어서 네바다 사막에서 폭발 실험을 할 때 그 폭탄 속에다 베르무트 한 방울을 주입해두었다는 것이다. 
원자탄이 폭발할 때, 그 한 방울이 같이 폭발하면서 대기 중에 퍼진다. 
그래서 마티니 만들 때 셰이커 뚜껑을 열고 창밖으로 1초 동안 노출시키면 대기 중에 떠돌아다니는 베르무트의 기가 내려앉는다는 설명이었다. 
이름 하여, 그것이 바로 '원자 마티니'. 

- 심연섭, <건배>